▲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한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두고 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1호 접종을 받으라"라고 요구했고, 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며 발끈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코로나 백신 외교나 과학기반 정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한국판 백신 정치의 사소함에 맥이 빠진다. 차라리 방역에 성공해 놓고 백신에서는 평균 성적밖에 내지 못하는 정책 부재나 외교 역량이 아쉽기만 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접종’을 두고 정치권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 왔다. 제1호 접종 대상자 선정 논쟁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이는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주장하면서 증폭이 됐다. 그러자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그렇다면 먼저 접종받는 국민이 실험 대상이란 말이냐”고 되받았다.

이런 판국에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가 허락만 한다면 자신이 "1호 접종자로 나설 뜻을 비쳤다" 하지만 이것도 말로 끝쳤다. 대통령 백신 접종 주장은 결국 정치권 공세 이슈로 논란만 키우고 말았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요양병원과 요양원 의료진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도 굳이 백신 접종을 정치화하여 불신을 증폭시키고 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차분하게 철저히 준비해 다소 늦었지만 백신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힘을 합칠 때다. 백신 접종에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백신 불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건 무책임하고 볼썽사납다.

대통령의 선도 접종이 1호 접종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정치 이슈화하고, 정치권 요구에 밀려 시행할 문제는 아니다. 백신 불신을 더 부채질해 국민만 피곤하게 할 뿐이다.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에 세계 주요국에 비해 늦은 감은 있으나 11월에 집단면역이 가능하여 국민 안전과 경제, 국가 경쟁력에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백신 접종에 힘을 모아 주기 바란다. 

정부는 77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이나 수급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아직은 복잡하다. 그런 와중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전 국민 백신접종 후에 접종이 어려운 나라, 북한에도 제공이 가능한가'라는 기자 질문에 답했다.

정 총리 "물량이 남는다면 북한 등에 제공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말해 남북 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