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법혜 스님

‘중증외상센터’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3위에 오르는 등 화제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당 시리즈 원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외과 전문의 백 교수가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한국대학병원 백 교수가 국민을 열광시켰다. 이 드라마는 지난달 24일 공개되자마자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물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대만 홍콩 등 18개국에서도 1위(비영어 부문)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후 나온 첫 의학 드라마여서 더욱 관심이 크다.

한동안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의학 드라마 신작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 때문이었다. 중증외상센터 흥행은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백 교수는 ‘무조건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중증외상 전문의사다.

후배 의사에게 “환자만 생각해, 환자만”이라고 강조하고, 사고 현장의 환자를 구하러 가는 데 머뭇거릴 때면 “(환자가) 네 가족이라도 이렇게 할 거야?”라고 일침을 놓았다. 근무 오프가 10분 남았다고 수술실 콜을 안 받는 마취 의사를 향해선 “이런 쓰레기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흥행은 ‘사람 살리는 의사’에 대한 존경심에 목말라 있는 국민 정서를 보여줘 감동을 얻었다.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선망받는 직업이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고결한 소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 이탈 사태는 이런 의사를 향한 존경심을 훼손시켰다.

물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국민도 있다. 의사들이 제기하는 의료수가 등 문제에 공감하는 이도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을 향한 시선은 차갑다. 의료 차질의 일상화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한 달에 10일 넘게 환자를 받지 못하는 대형 병원 응급실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까지 밝혔지만 요지부동이다. 일부 의대가 지난달부터 개강을 시작하자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을 겨냥한 블랙 리스트까지 또다시 돌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달 말까지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백 교수는 드라마에서 묻는다. “환자를 살리겠다고 최선을 다하던 그 의사는 지금 어딨습니까?” 이제 의사들이 대답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와 관련하여 정부와 의료계 안팎에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또, 복귀 여부에 대한 결정의 주체가 어디에 있는지도 다시 확인할 필요도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제안한 내용이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상호 소통을 통해 충분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사협회도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무한한 책임이 있지만, 복귀 여부를 결정할 최종 위치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교육, 의료시스템, 공공의료, 군의관 문제와 뒤엉킨 의대 정원 문제 해결은 정부 입장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큰 줄기가 잡혔고 나머지 문제들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여건이 돼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를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아직 적지 않은 의대생들이 학교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대생들이 강의실에 복귀하는 것은 의료 사태를 수습하는 첫 단추다.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은 정당한 사유 없는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모두 반려하고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을 학칙에 따라 유급 혹은 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복귀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제적을 당하는 것은 향후 수년 동안 대규모 의사 인력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들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도 합리적으로 판단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흔한 이야기로 슈바이처는 오지의 아프리카에 머물러 ‘생명에의 외경’을 썼다.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에 대한 무한한 존중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만이 의사라는 성직을 부여받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앞의 자동차가 우측으로 간다고 우측 깜빡이를 넣는다. 이것이 실천 가능한 우리들의 조그마한 연대의식이라 생각하니,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인류애로 봉직하지 않는 의사는 또 어디에 있겠는가?